얼음집 덕후?

이글루스에 정착한지 몇 주가 지나던 언젠가
누군가 내 대화명 - 블로그 url이 적힌 - 을 보고 나를 '얼음집 덕후' 라 명명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글루스가 메이저한 세력 - 트렌드 세터, 오피니언 리더 - 의 영역은 아니기에,
그리고 주변의 '매니악'한 블로그들이 집결해있다는 점에서 일견 그런 시각도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확실히 덕후 - 오타쿠를 희화화한 표현 정도로밖에 모르겠다 - 라는 표현은 듣고 싶지가 않다.

내게 있어 오타쿠란

누가 해석 좀



이런 의미랄까.
긁어낸 사진에 대한 의미해석에 오해가 있을 까 하여 첨언을 달자면,
외모로부터 추출된 안여돼(안경, 여드름, 돼지...이 표현도 좀. 뭣-_-하다)같은 표현으로 대표되는
가학적 놀림감의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지각영역 내의 '오타쿠'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는
"자신'만'의 세계관에 빠져 사회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최근들어 저패니메이션 내지는 서구 드라마 등의, 최소한 미디어의 측면에서는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컨텐츠, 그것의 영역이 매우 늘어났다. 당연하게도 트렌드 세터 또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라 불리우게 되는 세력이 생겨나고, 가끔은 이러한 이들도 이른바 '덕후 세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문화 및 상품 컨텐츠의 접촉에 있어서 발빠른 세력뿐 아니라, 여러 사회적 이슈, 현안들에 있어서
다른 측면으로써의 시각을 견지하고, 알리는 이들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칭호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오덕후'라는 칭호는 이제 우리 사회 - 온라인 영역 그 이상으로 - 내에서
'다른 이들과 무언가 다른 점이 있는데 딱히 대하고 싶지는 않은' 이들에게 내려지는
낙인 비슷한 정도의 의미를 갖는 듯 하다.

뭐랄까, 그냥 드는 생각이란 일전에도 포스팅했던
'다르다' 라는 점을 '틀리다'의 개념으로 단정짓고 싶어하는 지배적 시각과 논리가 이끌어낸
보수 - 진보/보수로 나뉘는 정치적 담론에 대한 그것은 아니다 - 적 계층의 폭력적 결과물이랄까.



다만, 2차적인, 어쩌면 1차적 책임은 덕후 세력이라 불리우는 그들에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대학 입학후 베이스를 잡게 된 02년도 이전까지의 본인은, 만화를 (매우 못)그리던 소년이었다.
나름 사람들과 어울려 회지 작업도 하고, 심지어 코믹월드도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당연하게도 당시에 어울리던 텔넷 기반의 커뮤니티부터 인터넷 동호회까지는 모두
만화 관련의 모임이었으며, 수많은 소중한 사람들을 거기서 얻기도 하였지만,
'리얼 오타쿠'들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낯선 문화에 대한 접근속도가 빠르고, 먼저 그것들을 향유하게 된다고 해서
그들이 오타쿠라 불릴 존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그것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선민의식', 즉 '우매한 군중들보다 한층 더 우월한 자신' 이라는
시각을 구축하게 되는 순간, 매니아는 오타쿠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구축한 영역에 심취한 나머지, 타인의 문화적 소통을 '우매한 군중들의 거짓된 놀음'
이라는 미명 하에 무시하거나 폄하해버리고 모든 대중들의 문화를 그네들은 그저,
한낱 '키치'의 영역으로 편입시켜버린다. (물론 키치적 대중문화가 많이 존재하긴 하다.)
나아가, 이해를 이끌어내기 위한 소통에의 시도를 아예 중단해버리고 급기야는
사회와 삶이라는 영역에서 한발짝 떨어진 인생을 지향하는 그네들.

이러한 사람들을 나는 수십명은 더 봐왔다.

(이는 주로 일본문화에 심취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보여졌는데, 이는 아마도 그네 문화 컨텐츠의
'심각할 정도의' 다양성, 집어서 말하자면 '국내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컨텐츠들의
존재성, 그것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허나, 예술혼에 기반을 둔 독특한 방법론이 아닌
독특함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 문화(abnormal culture)는 그야말로 변태놀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이는 내가 일본 음악계의 넓은 포용력에 감탄하면서도 결코
그들을 인정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



선민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한 '덕후 세력'들은, 최소한 내가 보기에
국민들을 우민취급하며 우롱하는 현 정부 세력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전자는 휘두를 수 있는 권력기제마저 없다!)

by 김준희씨 | 2008/06/20 13:55 | 문화: 미디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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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수려 at 2008/06/20 22:50
난 저 우측 상단의 아베 나츠미 표정이 더 미치겠고..
Commented by 김준희씨 at 2008/06/21 00:49
그니까 님하 해석쩜...
Commented by 수려 at 2008/06/22 19:26
정말로.. 지옥까지 따라갈테니까
힘내세요

..뭐 이런뜻? 따라가서? 따라갈테니까? 애매하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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