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

며칠 전 술자리에서 지인 모씨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러니까 다 같이 잘살아야하는게 옳다 라는 주의때문인지,
부자들을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국민성이 그렇잖아."

...실은 발끈했다.
그러할 수도 있겠다라는 저 의견때문이 아니라, '국민성'이라는 단어 하나에.



개개인의 성향 및 생각을 단번에 일원화시키는, 국가 비하 및 선민의식의 표상.
어떠한 형태의 집단에 대한 평가에서든, 가장 최후의, 혹은 최악의 표현을 위한 상징적 기제.
당연할 정도로 부정적으로 따르는 '국민성' 이라는 단어에 대한 술어. 심지어 등장하는 건
'인종주의적 편견' 내지는 식민사회의 침략자에 의한 '제국주의적 심리'.
내게 그 단어는 어떤 상황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든, 그정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로 일제강점기때부터의 일본인들에 의해, 한국인들을 비하의 대상화 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개개의, 일련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곧잘 '국민성' 으로써 표현했다고 한다.
진중권씨의 경우는 이에 대응시킬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습속habitus' 이라는 단어를
제안했는데.. 나로선 잘 모르겠다.)

사회적 통념 내지는 지배적인 시각 정도의 표현으로도 고작 술자리에서 나오는
견분철학-_-을 설명하는 데에는 과분할 지경으로 충분한 표현이 아닐까 싶은데,
이러한 의미의, 또다른 형태로써의 편견이 자리한 내 머릿속에서 그 한마디는
여느 자리에서의 여러 얘기들 보다 더 둔탁한 파열음만을 남긴 채 내 뇌속에 안착해버렸다.


물론 이런 형태의 습속은 국민성이라는 이름으로 비하하고 싶어질 때가 간혹 생긴다.
가끔 발생하는 이런 형태의 행위는 파쇼주의의 그것으로 확장될 때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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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넘어가서 그러할 수도 있겠다는 저 의견에 대해
국내 부자들에 대해 나름의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얘기를 해보자면,
기본적으로는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에 대한 끝없는 투쟁이 아닌가 보게 된다.
(물론, 21세기에 이르러 헤겔을 재해석하는데에 성공한 철학자 http404씨의 경우, 저기 보이는
닭과 달걀을 범석이형과 민재슬군으로 대치시키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당연히 나는 아니다.)

평민층의 부유층에 대한 반감이 먼저인가, 혹은 재분배를 '극복'하고 부의 축적에 전념하는 그들이 먼저인가.
혹자들은 지적한다. 기부입학, 학내 건물 설립 등의 사회적 수단으로의 기부문화, 나아가서는
재분배 기반이라 볼 수 있는 이러한 것들이 다져지지 않는 것은, 바로 서민들. 그네들의 앙칼진 시선 탓이라고.

내가 보는 '때문' 이라는 건 결국엔 저기 위에 줄지어선 닭과 달걀의 대립구도다.
그리고 - 이는 전적으로 내 생각이겠지만 - 이러한 대립구도에서 항상 먼저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세력은
힘을 가진, 즉 재력이라는 기제를 지닌 그들일 수 밖에 없다. 여느때처럼 대결구도 위에 두 발을 붙이는
그것만으로도 힘이 드는 일개 서민들에게 잡고 있는 팽팽한 실을 뒤흔들 힘이 어디 있으랴.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 그들은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렇다. 나는 모두라고 싸잡아 이야기한 적이 없다.)



재력으로 공권력을 사고 정치세력을 사고, 국민의 여론을 뒤흔든다(조중동을 보라!).
대통령과 기업총수 간의 만남은 '무례한 일국의 대통령이 감히 황제를 소환하는 자리' 로 포장되는 현실.
가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며 여가시간 따위 사치로 여길 수 밖에 없는,
그러나 현 시국에선 나름 '당당한 직장인'일 수 밖에 없는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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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이 맞다면, 지배세력의 담론이 주로 이러했다.
"한국의 부유층은 각종 제약조건에 의해 살기 어려운 나라이다."
최소한 내 머릿속에서는 다음과 같이 변형되어 등장한다.
"한국은 부유층이 '심정적으로' 살기 힘든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편안한 입장을 취하게 된다."

by 김준희씨 | 2008/05/08 03:12 | 문명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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