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위의 만평이 슬프게 느껴지는 건, 현재의 극단화한 현실은 수정과 현실적 타협안의 방법론이 아닌
힘없는 약자의 집단이 평형구도를 뒤집어 버리는 이른바 '혁명적 전복'으로 밖에 전진할 방안이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현실에 대한 희화화 정도로는 도저히 저 날카로운 촌평을 언급할 수가 없다.



어쩌면, 배움이 높고 의식있는 청년들이 사회주의에 빠져드는 일은 일견 당연해보인다.
이성이 있는 각자의 존재들이 '개체 그대로'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면 절대 부족함이 없을
완벽한 이상향을 제공해주는 사회. 그것의 기틀을 사회주의라는 메커니즘이 제공해줄 수 있기에.

유감스럽게도 개체의 집단이 의미하는 바는 다수의 개체가 아닌 하나의 집단이었고,
다원성 혹은 관념 및 거대권력의 해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조주의의 모순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를 독재체제로 형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사회주의 = 억압적 독재 라는 일견 모순된 등가관계를 공격적으로 인식시키는 데 기여했고,
덕분에 사회주의는 이론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이상적 커뮤니티의 메커니즘으로 전락했다.
(실제 독재화 형성에는 이 외의 여러가지 원인이 존재하겠지만, 지금은 이정도가 말하고 싶은 것일 뿐)
그로 인해 현재는 포스트구조주의 내에서 맑스주의를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빈번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류의 텍스트와 언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저 불순한 '친북좌빨'에 지나지 않는다.
(저 소재를 바탕으로 한 지인들의 농담은, 실제로 그렇게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일뿐.)
좌빨은 모르겠다만, 친북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우선 반대하고 나서 생각을 전개해볼 일이다.

흔히 사회/공산주의는 독재억압정권의 기반이념이라는 정체불명의 등가관계를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실제 독재정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체주의, 나아가 파쇼주의는 사회주의가 가장 부정하는 사상 중 하나이며,
그들의 오해에 의한 등가관계가 사실이라면 우리 근대사의 지난 몇십여년은 공산국가라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원인과 행위에 있어 닭과 달걀의 관계만큼이나 모호한 일이겠지만, 이러한 오해에 기반한 모순적 등가관계는
흔히 레드 컴플렉스로 대변되는 메카시즘의 정당화를 바탕으로, 친북세력에 대한 강력한 규탄으로 친일세력에
대한 숙청 및 심판의 중요성을 희석시키는 의도와 긴밀하게 맞물려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국내에서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두 대통령의 몫이 있겠다.
(따라서, 5.16은 볼셰비키 혁명이고 경제정책은 스탈린의 5개년개발계획이라 하는 건 어쩌면 굉장한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소리다. ㄲㄲㄲ)

by 김준희씨 | 2008/08/20 07:17 | 문명 | 트랙백 | 덧글(0)

어쨌거나 야구팬으로서

어제 경기는 재미있었습니다.

발야구의 진수랄까, 아무래도 빅볼에 능한 AAA대표선수(+대학대표 스트라스버그)들을 농락하는
모습이 웬지 멋져보였고, 비난을 잔뜩 받았던 이대호선수의 홈런이 짜릿했던 그런 순간이었네요.

아무쪼록 만족할 결과 얻어내길 바라고, 메달보다는 군복무면제로 국내 무대에서 수준높은
플레이들을 더 감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__)

여튼, 우리 선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김광현, 이진영, 정근우, 정대현, 고영민, 김현수, 이종욱, 김민재, 류현진, 강민호, 송승준, 이대호,
권혁, 박진만, 오승환, 진갑용, 윤석민, 이용규, 한기주, 장원삼, 이택근, 봉중근, 이승엽
(이하 존칭생략) 모두 열심히 하셔서 원하는 바 이루시길.

by 김준희씨 | 2008/08/14 16:43 | 문화: 스포츠 | 트랙백 | 덧글(0)

나는 올림픽이 싫다.


이번 올림픽 마스코트, 뜻하는 바 모를 저 노란색 선 만큼이나, 올림픽의 방향성도 뜻하는 바 모르게 되고 있다.



사실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축제임에는 틀림없지만, 볼때마다 느껴지는
'(어쩌면 한국 특유의)이해할 수 없는 사회적 시각'은 그런 즐거움으로 커버할 수 없는 문제인 듯 싶다.

고대 올림픽이 어떠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근대 올림픽으로 눈을 돌려보자면,
분명 '스포츠를 통해 화합의 장을 열 수 있는, 전 세계 아마추어 스포츠인들의 축제' 혹은 그 비슷한
criterion이 근대 올림픽의 기원이 아니었나 싶다. 단순히 '누가 더 강하고 더 우월한가' 가 그러한
것이기에는 근대적 사고 내에서 '이성'을 가진 인류가 지향하기엔 치명적인 모순성을 이끌어낼테니.

허나 문제는 재개된 시점이 근대였다는 거랄까. 식민지전, 제 1, 2차 - 와 함께 아시아에서 일본의
무력행사 - 대전, 그리고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국가의 상호작용은 교류보다는 투쟁에서
더 크게 작용했고, 세계평화라는 표면적 안정을 위한 교류가 잦아지고 전쟁의 빈도가 줄어들며
올림픽은 자연스럽게도, 전쟁에 대한 효과적인 대체재가 되어버렸다.
(물론 20세기 후반부터의 미국의 여러 행보를 보면 딱히 효과적이지는 못한 듯 싶지만, 전 세계를
감싸던 전쟁의 위협 내지는 공포가, 그나마 국지적인 범위 내에서만 작용하긴 하다 ㄲㄲㄲㄲㄲ)

잘 모르는 얘기겠지만, IOC에서는 절대로 메달 갯수에 의한 공식순위를 집계하지 않는다.
'그나마'의 올림픽 정신이 발현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는 올림픽이란 국가와 국가 간의
정면 대결을 위한 합법적인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이 아닌, 수많은 개인들 간의 정당한 대결을 통한
세계인들의 축제라는 criterion을 지향하기 위한 짤막한 방법론이랄까.

그렇다 한들, 어느 순간인가 당연해진 순위집계, 예상순위 분석 및 전략종목 구상.
덕분에 국가별로 배정되는 종목별 쿼터 등으로 인해 올림픽은 더이상
모두의 축제가 아닌, 1등에 근접한 이들만의 축제로 변질되어간다.

심지어, 국력 행사의 장場이 되어버린 '스포츠외교' 덕택에, 형평성과 관련없는
종목별 메달 수의 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는 급기야 '왜 양궁은 금메달이 47개가
아닌가' 하는 웃지못할 주장도 당연하게끔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형성시켜준다.
(사실 근대올림픽 출범시부터 존재하던 기본종목에 양궁이 포함되긴 한다.
하고 싶은 말이란 종목의 중요성 결핍,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종목자체의 불균형성이
의미하는 바 자체가 스포츠외교력, 나아가서는 국력과 직결되어있다는 문제려나.)



전쟁의 대체재, 혹은 국력 발현의 장으로 전락해버린지 오래인 현재의 올림픽에서 빛을 발하는 건
90년대 언젠가 삼성의 슬로건이었던 '1등이 아니면 소용없습니다' 식의 1등주의랄까.
그나마 금메달에 이르지 못한 선수들에 비난의 성토를 높이던 주체가 일반 시민들에서 언론으로
변했다는 점은 그나마-_- 다행스러운 일이겠지만. 다른 방향을 살펴보자면, 이런 방식의 이른바
'스포츠 민족주의'는 어찌보면 더 진화해가고 있는 듯 싶다.
(예컨대 일본 배드민턴 감독인 국민영웅 박주봉씨부터 귀화한 양궁선수 엄혜랑씨에 이르기까지.)

이런 시점에서, 나로서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하며 기뻐하고 안타까워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국민 우민화 정책인 3S의 하나가 sports이듯(나머지는 screen, sex)
국내 사회적으로 중대한 현안이 떠오르는 시점에 열리는 대규모 스포츠 축제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을 흐트러뜨리는 정치적 전법은 이미, 두차례의 월드컵으로 충분히 경험한 상태이다.
민족주의적 감정을 촉발시키는 일은 이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왜 스포츠의 순수성은 이렇게까지나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야 하나.
그때문에 나는 올림픽이 싫다. 아니, 무섭다.



post script) 월드컵은 축구를 안좋아하는 점과, 국민들의 맹목적인 국대축구 응원 덕에
더더더더더더더더더욱 싫어하는 주의.

by 김준희씨 | 2008/08/14 16:37 | 문화: 스포츠 | 트랙백 | 덧글(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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