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4일
[謹弔]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 전반적으로 노 前대통령에 대한 치적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그 가운데 존재하는 쟁점은 분명 지배언론 - 이라고 쓴다고 해서 조중동임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을 듯 - 에서 주야장천 역설하고 있던 이른바 '친북좌빨'론. 대북 지원에 있어 무한 퍼주기식
운영을 지속하고, 대미 관계를 얄팍한 '주권론'을 앞세워 악화시키는 데 성공, 이는 필연적으로 국가 안보의
저해를 야기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정도가 그네들의 주장일 듯 싶다.
여기서 속내를 따져본다면, 노 前대통령은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절대적 신봉자였고, 국가 보안 체계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인물 - 이는 제2 롯데월드 건립을 둘러싼 현 정권의 행보와 비교해보면 명백해진다 - 로 봐도
무방할 듯 싶다. 단적인 예겠지만, 국내 최초 이지스함 프로젝트를 가동시킨 것도 그였고, 당 내외의 무수한 압박과
술렁이는 국민여론 속에서도 끝내 미 정부와의 FTA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였으니.
(물론 여기서 나는 지난날 그분의 정책에 호불호식 의견을 전개할 용의는 없다.)
조금 더 깊은 심도에서의 비판을 가하는 측에서는 그분의 '포퓰리즘'성 발언과 정책에 주의를 집중해온 게 사실이다.
어쩌면 '서민대통령'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시작해온 그분의 대통령 직함 내에서 전개되는 일들, 시행되는 정책들이
실제 서민층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따르지 않은 그것이었다란 한계 - 혹은 한계라 일컫는 주장 - 에서 비롯된
패착일 수도 있겠지. 그리고는, 세기의 유행어인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입이 n개라도 할 말없게 만드는 비정규직 양산에 의한 고용 불안정, 그리고 물가 불안정
등의 상황들은 어쩌면 그분 역시나 분배보다는 성장 일변도의 관점에서 경제를 해석한 신자유주의의 그늘을
제대로 보여준 단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정계 은퇴 후 여러 의혹에 휩싸이며 각종 정/재계, 사법부의 목숨을 건 필사적 공격에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던 끝에, 2009년 5월 23일 오전 9시경, 그분의 생에 있어 최초, 이자 최후의 불연속점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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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분을 그런 파국으로 몰아넣었는가?"에 대한 쟁점,
몰아넣게 된 범인도, 몰아갈 수 밖에 없던 원인도 우선은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물론 "모두의 삶은 죽음이라는 기제 앞에 동등하다" 는 말에는 동의 - 그렇다고 최근 조갑제씨가
언급한 비슷한 한마디에 담겨있는 함의,즉 다분히 악의적인 비난을 읽지 못한 것은 아니다 - 하겠지만
국민적 관심도와 상황 이후에 나타날 극도의 공황상태를 염두에 둘 때, 그분의 선택은 가히, 극단의 시대에
걸맞는 극단의 사고. 이 미쳐버린 세상을 선물받은 댓가에 대한 답례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가.. 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 사고가 아닐까. 그렇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그저 참혹하다.
대통령으로서를 배제한, 그저, 인간 본위의 삶 속에서 죽음이란 '극단의 공포'와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가 영위해왔던 생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단 하나의 불연속discontinuous점이며, 그동안 행해왔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끝나버리는' 시점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늠할 수 없는 관념적 공포는 ironic하게도 -
지금까지의 인류가 그래왔듯 - 극복의 대상으로 지금껏 실재하고 있다.
(여기서, 죽음 앞에 홀로 선 인간은 그 '죽음'의 실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극복을 시작하는 니체 식의 근대철학과
'신'이라는 매개 하에 현세를 신 앞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으로 명명하며 '생'이란 가치를 폄하하는 것부터
죽음에 대한 '도피'를 시작하는 종교철학으로 나뉘겠지만, 지금 언급할 사항은 아닌 듯 싶다.)
이러한 깊은, 심연 속의 공포를 압도해버릴 수 있는 커다란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어떤 누구도
스스로에게 끝이라는 명제를 직접 부여할 수는 없다. 하물며, 정계라는 어둠 속으로 이미 스스로를
던져넣은지 몇십년이나 지나버린, 그로 인해 수많은 좌절과 절망적인 상황 내에서도 어찌되었든
'생'을 유지하고 있던 前대통령이라는 존재라면, 최근들어 그분을 지배하고 있는 어둠이 얼마나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것인가. 아마도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이 미쳐버린 세상을 선물받은 댓가로, 우리는 대체 어떠한 답례를 행할 수 있을까.
post script) 이 순간 가장 보고싶지 않은 것은, 슬픈 베르테르의 행렬과 함께
이성의 끈을 단체로 놓아버린 전체주의의 맹렬한 역습.
# by | 2009/05/24 17:09 | 문명 | 트랙백 | 덧글(0)



